스타트업

해외진출 스타트업 영어 피칭 멘토링 전에 준비할 것

영어보다 먼저 의도와 대상을 정하고, 5분, 10분, 30분 버전의 짧고 비주얼한 PPT를 준비하세요. 의료기기, 핀테크, AI 에이전트 사례로 설명합니다.

해외 데모데이나 IR을 앞둔 대표님들을 멘토링할 때 받는 질문입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데 괜찮을까요?"

저도 수능 영어가 7등급이었고 스물한 살에 대학에서 영어 회화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년째 영어를 배워가며 현재는 제네바 국제기구, 해외 여러 기업들과 매일 협업하고 있습니다.

제가 멘토링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피칭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대부분 영어가 아니라 준비 프로세스에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영어 피칭 멘토링을 받기 전에 꼭 정리해두셨으면 하는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의도와 대상을 정하세요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건 이 두 가지입니다. 이 피칭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입니다.

의도
하나로 좁히기

투자, 파트너십, 샘플 테스트, 다음 미팅 중 하나

대상
한 부류만 고르기

투자자, 바이어, 파트너 중 이번 자리의 핵심 한 부류

의도는 하나로 좁혀야 합니다. 투자를 받고 싶은 건지, 파트너십을 맺고 싶은 건지, 샘플 테스트를 시작하고 싶은 건지, 일단 다음 미팅을 잡고 싶은 건지요. 발표가 끝나는 순간 청중이 해야 할 행동이 딱 하나로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의도가 흐리면 청중은 "발표 좋았어요" 하고 박수를 치고 그냥 돌아갑니다.

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회사라도 투자자 앞에서 할 이야기, 바이어 앞에서 할 이야기, 협업 기관 앞에서 할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투자자는 시장과 팀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바이어는 가격과 납기와 인증을 보고, 파트너는 서로 얻는 게 뭔지와 첫 파일럿 범위를 봅니다. 해외진출 데모데이에는 이 사람들이 한자리에 섞여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이번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한 부류를 고르고 나머지는 질의응답에서 풀겠다고 정하셔야 합니다.

현장 사례 01 · 의료기기 제조기업

사례를 하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해외 유통사 앞에서 피칭해야 하는 의료기기 제조기업 대표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기술과 제조 공정에 자부심이 대단하셔서 준비한 PPT가 거의 기술 설명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앞에 앉은 분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유통사 담당자였습니다. 유통사가 궁금한 건 어느 나라에서 판매할 수 있는지, 인증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납기와 사후 지원은 어떻게 되는지거든요.

그래서 청중을 투자자에서 유통사로 다시 정의하는 것부터 했습니다. 기술 설명은 줄이고 국가별 인증 현황과 예상 일정을 표 한 장으로 앞쪽에 올렸어요. 납기, 최소 주문, 사후 지원 같은 실무 질문에 대한 답도 슬라이드 안에 미리 넣었습니다. 영어는 그다음 문제였어요. 표 한 장을 설명하는 문장 몇 개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연습했습니다.

맞춤형으로, 비주얼하게, 짧고 임팩트 있게

의도와 대상이 정해졌다면 PPT도 그 사람을 위해 새로 만드셔야 합니다. 한국어 덱을 번역해서 쓰는 방식은 제가 가장 말리는 방법입니다. 번역은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길이만 늘립니다.

제가 권하는 PPT는 세 가지가 특징입니다.

대상에 맞춘 구성

투자자용, 바이어용, 파트너용을 따로 만듭니다. 슬라이드 순서부터 달라집니다.

비주얼 중심

글자를 줄이고 도표, 사진, 숫자 하나를 크게 보여줍니다. 청중이 글을 읽는 동안에는 제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짧고 임팩트 있게

슬라이드마다 전달할 메시지는 한 줄입니다. 한 장에 두 가지를 말하려고 하면 둘 다 안 남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영어 부담도 크게 줄어듭니다. 슬라이드가 말해주는 부분이 많아지니까 말로 설명해야 할 문장이 짧아지거든요. 영어에 자신 없는 대표님일수록 비주얼 중심 덱의 효과를 제일 크게 보십니다.

현장 사례 02 · 핀테크 스타트업

두 번째 사례입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님이 해외 투자자 IR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서비스 기능이 많다 보니 슬라이드 대부분이 기능 설명이었습니다. 영어 대본도 그 순서대로 길게 이어졌고요. 문장은 나쁘지 않았는데 발표를 다 듣고 나도 "이 팀이 누구의 어떤 문제를 푸는 회사인지" 한 문장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첫 시간에는 영어를 아예 다루지 않았어요. 한국어로 문제, 해결, 증거, 요청을 한 문장씩 적어보게 했습니다. 기능 목록은 뒤로 보내고, 맨 앞에는 "어떤 고객이 지금 무엇 때문에 불편한가"를 한 장으로 두었습니다.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이번 자리에서 원하는 것, 즉 다음 미팅 하나를 분명하게 적었어요. 영어는 그 구조 위에서 짧게 다듬었습니다.

5분, 10분, 30분 버전으로 나눠서 준비하세요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게 이 부분입니다. 피칭은 같은 내용을 시간별로 따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5분 버전, 10분 버전, 30분 버전이요.

현장에서는 시간이 갑자기 바뀌는 일이 정말 자주 있습니다. 30분을 받아서 갔는데 앞 순서가 밀려서 10분으로 줄기도 하고, 복도에서 만난 투자자가 5분만 들어보겠다고 하기도 하고, 반대로 관심이 생긴 바이어가 30분 동안 자세히 보여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한 가지 버전만 가진 팀은 중간에 우왕좌왕합니다.

버전별로 이렇게 나눠보시면 좋습니다.

5분

5분 버전

문제, 해결, 증거 한 가지, 요청. 슬라이드 5장 안팎입니다. 이걸 말할 수 있으면 엘리베이터에서도 통합니다.

10분

10분 버전

5분 버전에 시장, 비즈니스 모델, 팀을 더합니다. 대부분의 데모데이 발표 시간이 여기에 맞습니다.

30분

30분 버전

10분 버전에 데모, 상세 증거, 로드맵, 예상 질문 대응 자료를 더합니다. 관심 있는 상대와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용입니다.

핵심은 30분짜리를 줄여서 5분을 만드는 게 아니라, 5분짜리를 먼저 완성하고 거기서 늘려가는 것입니다.

이 순서로 만들면 어느 시간대에서도 핵심 메시지가 흔들리지 않아요. 그리고 5분 버전이 탄탄하면 영어로 연습해야 할 분량도 확 줄어듭니다. 가장 중요한 5분만 영어로 완벽에 가깝게 익혀두시면 나머지는 훨씬 편하게 따라옵니다.

현장 사례 03 · AI 에이전트 기업

세 번째 사례로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었습니다. 데모가 인상적이라서 피칭이 쉬워 보였어요. 그런데 연습을 들어보니 autonomous, next-generation 같은 표현이 반복되는데, 그 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슬라이드에 없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AI 분야에서 가장 자주 묻는 건 "이 서비스가 어떤 업무를 어디까지 대신하는가"와 "이 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입니다.

그래서 5분 버전부터 새로 만들었어요. 형용사를 하나씩 빼고, "이 고객은 이 업무에 일주일에 몇 시간을 쓰고 있었고, 서비스를 쓰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확인 가능한 사실로 바꿨습니다. 데모는 문제 설명 바로 뒤에 두어서 청중이 무엇을 해결하는 장면인지 먼저 이해하고 보게 했고요. 10분, 30분 버전은 이 5분 위에 쌓았습니다. 한계를 솔직하게 먼저 말하는 연습도 같이 했는데, 오히려 그런 팀이 더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숫자와 증거는 정직하게

해외 청중은 과장된 표현에 민감합니다. 세계 최초, 압도적 같은 말보다 확인 가능한 사실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요.

  1. 매출, 계약, 파일럿 결과처럼 확인 가능한 숫자만 씁니다.
  2. 숫자에는 기준 시점과 출처를 함께 적습니다.
  3. 아직 없는 것은 없다고 말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증거가 약한 초기 단계라면 시장 인터뷰 결과나 초기 고객의 사용 후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숫자의 크기보다 질문을 받았을 때 근거를 바로 꺼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숫자를 부풀렸다가 질의응답에서 한 번 흔들리면 그 뒤의 모든 말까지 의심받게 됩니다.

스크립트는 외우지 말고 구조를 외우세요

영어가 부담스러우면 문장을 통째로 외우고 싶어지는데, 외운 문장은 질문 하나에 흐름이 끊기면 복구가 안 됩니다. 대신 슬라이드마다 핵심 키워드 세 개와 다음으로 넘어가는 연결 문장 한 줄만 준비하세요. 짧고 쉬운 문장이 억양이 어색해도 훨씬 잘 전달됩니다. 저도 중요한 자리에서는 어려운 문장을 쓰지 않습니다. 청중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경우도 많아서, 쉬운 문장이 오히려 모두에게 공평하게 전달됩니다.

링크드인으로 피칭 내용을 미리 검증하세요

피칭 전에 링크드인에 핵심 메시지를 짧은 글로 올려보세요. 어떤 문장에 댓글이 달리는지, 어떤 설명에서 질문이 나오는지를 보면 피칭에서 보강할 곳이 보입니다. 저도 링크드인으로 해외 파트너십 제안을 여러 번 받아봤는데, 처음에는 짧은 글 하나가 대화의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해외 투자자나 바이어는 피칭 전후로 대표님 프로필을 확인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때 피칭 내용과 프로필 소개, 최근 게시물의 메시지가 같으면 신뢰가 쌓이고, 서로 다르면 같은 회사 이야기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피칭 한 달 전부터 영어 헤드라인을 정리하고 핵심 메시지로 짧은 글 두세 편을 올려두시길 권합니다.

예상 질문 10개를 미리 적어두세요

피칭보다 질의응답에서 더 많은 것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 경쟁사는 누구이고 우리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 현재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
  • 해외 첫 고객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가
  • 이번 투자금이나 협업으로 6개월 안에 무엇을 달성하는가
  • 규제나 인증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가

질문마다 한 문장 답변과 뒷받침 근거 하나를 준비해두시면 어떤 순서로 질문이 와도 침착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아는 척하지 마시고, 지금 확인된 범위까지만 말씀드리고 정확한 자료는 미팅 후에 보내겠다고 답하세요. 그리고 그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약속한 자료를 보내는 것이 후속 대화의 시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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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피칭 교육 및 멘토링요청
유준영 대표 | yoojun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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